맨손체조
초등학교를 다닐때는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국민체조'를 매주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전에 스피커의 구령에 맞추어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구공탄을 피워서 돼지고기구이를 파는 '새마을 식당'에 가면 그때 구령소리를 식당의 빽뮤직으로 틀어 놓는다.
그 구령소리가 절도가 있고, 군대 선진 문화를 대중에게 확대보급하는 정부의 노력이 보인다. 사실 시골서는 군대를 갔다가 오면 여려가지를 배워오고 그 걸 동네의 발전에 잘 적용하였기에 제대한 형님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배운 체조가 참으로 좋았다고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읍내의 중학교로 진학을 하니까, 그 익숙한 국민체조 대신에 '신세기(계) 체조'라고 체육시간 첫 시간에 배웠다. 음악도 달랐구 모든 동작 내용이 달랐다. 그런데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것이 국민체조와 차별화 된 것 같고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배워서는 아침 운동장 조회에서나 체육시간이나 틈만나면 구령에 맞추어 체조를 했다. 그리고 그 체조는 고등학교까지 쭈욱 이어서 학교에서한 것 같다.
습관이 무섭다던가?....그 후로는 내가 어디를 가든 시간만 나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그 체조를 해왔다. 몸운동 하나 둘 셋 넷....팔운동, 목운동, 가슴운동, 옆꾸리 운동, 몸통운동,등배운동, 뜀뛰기운동, 숨쉬기운동, 팔다리운동..으로 끝난다. 아무런 생각없이 체조를 시작하면 몸은 그런 순서로 저절로 움직인다. 가볍게 몸을 푸는데는 참으로 좋다.
아침에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잠깐 산책을 하고는 혼자서 속으로 하는 구령에 맞추어 체조를 하고 나면 다시 몸이 깨어난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는 맛이 참으로 좋다. 중학교때 배운 그 체조는 나를 그렇게 지켜주고 이렇게 나를 살게 해주었다. 더 나이 먹어서 백발의 노인이 되어서도 아침에 체조를 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 쉴때까지 내 체조는 계속되길 바래본다. 모든 걸 잊어도 체조의 순서와 구령은 잊지 않기를 말이다.
아파트 마당에서 매일 이른 아침에 마주치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눈빛이 말한다...저 아저씨 미쳤나? 아침부터 맨발로 나와 무슨 짓을 하는거야?....
난, 속으로 말한다...아줌마..신세계 체조를 아시나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