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다려주기

덕산연담 2009. 1. 23. 11:24

친구의 모친 상에 조문을 갈 일이 생겼다. 언제나 그렇듯 갑자기 연락을 받는 거니까 내가 약속된 내 일정과는 무관하고 참석여부는 내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내 약속을 바꾸지 못하면 바쁘게 두 군데를 들려야 한다. 그런 사정으로 조문 장소인 병원에 도착을 하니 밤 10시이다. 대개는 7시나 8시에 와서 9시면 가는 건데 무진장 늦은 거다.

 

아무튼 서둘러서 가보니 와우~~친구들이 전부다 있다. 모두들 문상을 온 것이 한편으로 신기하다. 사전에 약속이 없었나 아니면 이렇게 돌아가시는 날을 미리 알아서 그날의 약속을 비워둔 것인가? 상을 당한 친구가 그간 성의를 다해서 그렇게 했나보다. 정말이지 감동이 밀려온다. 마치 총 동창회를 하는 것 처럼 한사람도 안빠지고 모두가 왔다.  그리고 늦게 오는 나 같은 친구를 위해 3시간이나 기다린다. 놀랍다. 고맙다.

 

온다니 늦어도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했다는 그 말에 내가 너무 고맙더라.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기다렸다니....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착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좋을 지를 몰랐다. 기껏 안부나 묻고 웃음을 띠워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방법이 없었다. 만일 거기가 음식점이었다면 내가 저녁 값이라도 내면 마음이 좋았을걸....

 

내 얼굴을 바라보며 친구들은 말한다. 얼굴에 살이 붙었네~젊어보인다~! 어려운데 사업은 잘되냐? 예수님을 믿어보라~동창회 모임에 꼭 나오라~카페에 들러 글을 좀 올려주라~술 한잔 하라~ 운전하니 술 먹지 말라~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네~애들은 잘 크나?..등등 내가 그간 뜸했더니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 그 친구들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나를 걱정해주고 나에게 관심이 많이 있었구나. 한편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좀 더 잘할걸~~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너무나도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모두가 이제는 마음이 너그러운 친구들로 변하는 모습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웃으면서 살다가 가는거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