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즐기기
항창 더운 여름에는 이런 가을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가을이라고 해도 더운 가을이라 금방 여름에서 겨울로 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그런가보다 하며 생각을 못한 가을이다.
내가 아는 가을은 이런 것이다. 아침에는 매우 쌀쌀하고, 오전에는 선선한 느낌에다가 햇살이 느끼는 11시부터 2시는 매우 따사로와 더운 느낌이 들다가 3시부터는 다시 서늘해지고 그러다 저녁에 해가 지면 다시 쌀쌀해 지는 그런 변화가 무쌍한 기온 차이들...옷을 여러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요령있고 멋쟁이로 보이는 시절이다.
잔디기 약간 색을 바래고 나무들이 약간 말라보이는 시절...하늘은 높은듯한데 구름이 없거나 있어도 높은 구름으로 움직이지도 않는 그런 구름으로 차있는 때...전날에 비가 온 덕분에 시야가 확트여서 상쾌한 그런 날이었다.
무엇을 하여도 좋은 날이다. 나는 분주함을 피하고 차분함을 택했다. 누구랑, 무엇을 위해...그런 것을 떠나서 혼자서 아무런 생각없이 명상에 잠겨서 햇살을 즐기고 싶었다. 가능하면 한강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고 나무들이 보이는 곳에서...
그래서 생각해낸 곳이 '선유도' 2층 카페에서 옥외 의자이다. 사과를 몇조각 싸고 읽을 책을 골라서 집에서 걸어서 그곳을 향했다. '항상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강변을 따라 걷기 1시간 30분 그곳에 도착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다블샷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쓰디쓴 커피향이 온몸에 퍼지면 반대로 커지는 풍만감....눈부실 정도의 가을 햇살...가끔씩 왔다가 사라지는 묻 사람들의 잡답과 소음들...책에서 느끼는 새로운 정보와 신선함....
선유도 2 층 카페는 수도물 정수장을 운영하던 시절에는 한강물을 빨아 올리는 역활을 하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개조한 건물이다. 그러니 섬에서 한강 쪽으로 뚝 튀어나와 있으니까 한강 조망이 아주 훌륭한 곳이다. 거기에 2층 옥외는 공원과 한강 두곳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선유도는 물이 흔하다. 덕분에 온갖 수초가 풍성하다.
요즘은 밤엔 시원한 생맥주를 판다고 써 있었다. 한번 가 보면 좋을 것 같다. 낭만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