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군대간 아들의 국방일보 기고글

덕산연담 2008. 10. 13. 13:01

우리는 대한민국의 뿌리


군인의 신분으로 맞은 국군의 날. 사회에 있을 땐 단순한 기념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기념일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지만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속의 강군으로 거듭난 우리 국군의 60돌이 참 자랑스럽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장병, 베트남 정글에 뿌려진 젊은이의 피, 열사의 땅 아르빌에서 흘린 땀방울,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평화유지에 정열을 쏟는 맑은 눈동자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난 반세기를 담아낸다.


나는 자랑스러운 국군의 일원으로 육군7사단 왕자포병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화력지원 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 사격 지휘병으로서 포병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있다.


얼마 전 국방일보에 실린 6·25전쟁 당시 미공개 사진 중 옛 중앙청 앞에서 사격준비를 하고 있는 155밀리 곡사포(M114)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당시 강력한 화력으로 전세를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 도중 발견한 베트남전 당시 공격 준비 사격에 임하고 있는 우리 포병의 패기 넘치는 모습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에서 아군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신속히 협조 조명 사격으로 대응하던 포병의 활약에 가슴이 시원했었다.


인류의 수많은 전쟁사를 되짚어 보면 국방에 임하는 국민의 자세가 그 국가의 흥망성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공통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거 로마제국의 번영 뒤에는 ‘국방은 로마 시민의 특권’이라는 드높은 자부심이 있었다.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의 대군에 대항하는 그리스 시민군에게는 끝까지 적과 싸워 나라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비롯한 여러 전쟁에서 수많은 장성의 자녀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었다.


군생활 동안 외롭고 힘들더라도 자랑스러운 임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군생활 2년,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이 될 수도, 잃어버린 24개월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각자의 결심에 달려 있다.


용비어천가에 보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무의 뿌리다. 이 뿌리가 더 튼튼하고 더 깊게 뻗어 나가는 것은 국방에 임하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건군 1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도 모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큰 나무로 자라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길 간절히 소망한다.


<신병장·육군7사단 왕자포병대대> 2008.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