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기
학교에서 숭어이야기를 배운 기억이 난다. 고기 잡는 착한 할아버지와 욕심 쟁이 할머니가 살았는데 어느날 할아버지가 잡은 숭어가 말을 한다. 자기는 용왕의 아들인데 살여주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그래서 착한 할아버지는 숭어를 놓아주고 돌아와서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할머니의 욕심으로 모든것이 허사가 되는 이야기....
잡은 고기를 놓아준다. 놓아서 기른다. 마음을 놓는다. 놓아주는 거다.
아침에 놓아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생각에, 내 관습에 따르지 말고 물고기를 물에 놓아주듯 모두를 그냥 놓아주는 게 좋겠다고. 아직도 어떤 방향을 지시하고 강요하는 것은 아름다워 보이지가 않는다. 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보지 않은 길로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일 같다.
나는 습관적으로 늘 옳바르고 늘 손해를 보지 않고 몸에 좋은 것은 무엇이든..그리고 나는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결과는 늘 보잘 것이 없다.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인생에서 목표를 잡는 것 처럼 허망하고 쓸데없는 짓도 없다. 무슨 목표가 필요하단 말인가?
차가워지는 가을이다. 아침에 찬 기운이 날 설레게한다. 어제보다 찬 이런 기운을 어제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새롭다. 내 기대와는 다른 내일이 그래서 좋다. 잘 모르는 미래가 얼마나 축복을 받은 삶인가~!
그냥 걷는다. 그냥 사는 거다. 목적도 의미도 없이 새로운 내일로 내일로 가는거다.
나는 나를 놓아주고 싶다. 너도 나를 놓아줄래? 우리 서로 놓아주고 그냥 살자. 말없이 실없이...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