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을 썩여야 남의 속도 썩인다
'내 속을 썩여야 남의 속도 썩인다'는 형수 말이 머리에 남는다.
갑짜기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선고 4개월 만에 세상을 작별한 형의 형수가 조문차 방문한 자리에서 나에게 한 말이다. 워낙 형이 형수에게 불친절하고 심지어는 때리면서 까지 못 된 형이었단다. 한번도 말 한마디 곱게 안하고 늘 불만이고 불평 뿐인 그런 사람이었고 늘 술에 쩔어서 깡 소주를 자주 들고 했단다. 정말로 미웠고 죽었다고 해도 별로 섭섭하지도 않다고 늘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웬수 얼른 갔으면...'
시골 산속의 양지녁에 새로 무덤을 만들어서 고이 모셨다. 같이 다녀오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 대뜸 던진 말이 '자기 속이 얼마나 썩었으면 나의 속을 이렇게 썩였겠는가~~ 자기 속이 편하면 남의 속을 썩일 수가 없는 노릇이지. 자기 속을 썩여야 남의 속도 썩이는 법여' 라고 하시며 눈물을 지으신다. 자기가 좀더 돌봐 주지 못한 회한과 살아서 좀더 살갑게 못해준 것을 책망을 한다.
서울로 돌아면서 내내 그 말이 머리를 안떠난다. 나의 속을 썩이는 그 놈도 그럼 자기 속이 더 썩어 있는걸 아닐까? 내가 누구의 쏙을 썩이는 것은 내가 그 놈 보다 훨씬 속이 썩고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태평하면서 그 놈의 속을 썩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참 많이 미안 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놈 그 놈들을 내가 배려를 해야 하는구나. 그놈은 미칠정도로 힘든데 나는 전혀 태평이었다면 내가 나쁘지? 되돌아 생각하니 내가 할 일 꽤 많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만큼이나. 그 놈들 나 때문에 속 썩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내가 미안하다니까~~~
내 속은 얼마나 썩이는가? 없지? 그러길 바란다. 허허